죽음을 앞둔 공포, 축 늘어진 어깨, 절망적인 표정. 의뢰인인 칼레 시가 로댕의 완성작을 보고 격분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웅주의의 공식을 깨부순 '칼레의 시민' 속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 읽어주는 서재입니다. 📕
보통 '영웅'의 동상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당당한 체구, 확신에 찬 눈빛, 그리고 높은 좌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위엄 있는 모습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기, 죽음의 공포에 질려 머리를 감싸 쥐거나 비틀거리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바로 근대 조각의 아버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걸작, <칼레의 시민>입니다. 오늘 서재에서는 이 조각상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왜 찬사 대신 비난과 욕설을 들어야 했는지 그 내막을 파헤쳐 보려 합니다. 🧐
1. 칼레의 비극: 6명의 자원자들 🤔
이야기는 1347년,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랑스의 항구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되어 1년 가까이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기근을 이기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합니다.
영국의 왕 에드워드 3세는 잔인한 조건을 내겁니다.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겠다. 단, 도시를 대표하는 시민 6명이 목에 밧줄을 걸고, 속옷 차림으로 성 밖으로 나와 처형당해야 한다."
이때, 칼레에서 가장 부유했던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가 가장 먼저 자원합니다. 뒤이어 고위 관료, 상인 등 6명의 지도층 인사가 죽음을 자처했죠.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500년 후, 칼레 시는 이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당대 최고의 조각가 로댕에게 기념비 제작을 의뢰합니다. 그들은 당연히 '영광스럽고 당당한 영웅'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2. 로댕의 배신? "이건 영웅이 아니다!" 😨
하지만 로댕이 내놓은 결과물은 칼레 시민들의 기대를 산산조각 냈습니다. 아니, 그들을 격분하게 만들었죠.
조각상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공포에 떨고, 고뇌하며, 절망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 어떤 이는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고,
- 어떤 이는 공포에 질려 입을 다물지 못하며,
- 가장 연장자인 외스타슈조차 앙상한 몸으로 힘겹게 발을 떼고 있었습니다.

로댕은 영웅이기 이전에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영웅은 두려움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칼레 시 의회는 "우리는 영웅을 주문했는데, 당신은 패배자를 만들어왔다!"며 인수를 거부하려 했습니다. 심지어 비례가 맞지 않는 커다란 손과 발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죠.
3. 좌대(Pedestal)를 둘러싼 싸움 🏛️
갈등은 조각상의 형태뿐만 아니라 설치 방식에서도 폭발했습니다.
당시 기념비는 높은 좌대(받침대) 위에 세워, 대중이 우러러보게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로댕의 요구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이 조각상을 땅바닥에,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에 설치해 주시오."
로댕은 관람객이 6명의 시민 사이를 걸어 다니며,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떨림을 바로 옆에서 느끼길 원했습니다. 영웅을 신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인간의 고통'으로 공감하길 바랐던 것이죠.
결국 칼레 시는 로댕의 고집을 꺾고 높은 좌대 위에 동상을 설치해 버립니다. 로댕이 죽고 나서야 그의 유언대로 이 조각상은 지면으로 내려와 시민들과 눈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 이 작품, 어디 가면 볼 수 있나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만큼, 오리지널 주형에서 떠낸 에디션이 전 세계 12곳에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도시 | 장소 | 특징 |
|---|---|---|
| 프랑스 칼레 | 시청 앞 광장 | 역사적 현장 그 자체 |
| 프랑스 파리 | 로댕 미술관 | 아름다운 정원에 전시 |
| 대한민국 서울 | 로댕갤러리(플라토) | 현재 폐관(리움 수장고 보관) |
* 서울의 경우 과거 로댕갤러리에 상설 전시되었으나, 현재는 대중 공개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A. 로댕은 인물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를 왜곡하는 '데포르마시옹(Déformation)' 기법을 썼습니다. 커다란 손과 발은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상징합니다.
A. 다행히 아닙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영국 왕비가 뱃속의 아기를 위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왕에게 간청했고, 에드워드 3세가 이를 받아들여 극적으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 서재지기의 시선
우리는 흔히 영웅은 태어날 때부터 남다를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로댕이 빚어낸 영웅은 나약하고, 떨고 있으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입니다.
<칼레의 시민>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 아닐까요? 로댕은 그 고뇌의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영웅주의를 하늘에서 땅으로 끌어내려 우리 모두에게 선물했습니다.
오늘, 당신이 두려움 속에서도 내디딘 작은 한 걸음이 있다면, 당신 또한 누군가의 영웅입니다.
이 그림(조각), 이제 아는 척 좀 할 수 있겠죠? 😎
다음에도 흥미로운 미술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림 읽어주는 서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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