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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숨은 이야기

"그 페르메이르, 가짜요!" 법정에서 모든 걸 고백한 화가의 기막힌 반전

by 아트언락커 2025.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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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네덜란드는 반역자 처단에 혈안이었습니다. 이때 나치 최고위층 헤르만 괴링에게 '네덜란드의 국보'인 페르메이르 작품을 팔아넘긴 한 화가가 체포됩니다. 사형까지 각오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법정에서 상상조차 못 한 고백을 합니다. "그 그림, 사실은 제가 그린 위작입니다." 오늘 '그림 읽어주는 서재'에서는 미술계를 발칵 뒤집고, 나치까지 속여 넘긴 희대의 위작 화가, 한 판 메이헤런의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Door Han van Meegeren -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Rotterdam. Boijmans.nl De valse Vermeers van Van Meegeren, Publiek dome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5203226

  한 판 메이헤런의 대표 위작, <엠마오의 그리스도>, 1937, 캔버스에 유채,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소장.

 

어떻게 한 무명 화가가 당대 최고의 미술 전문가들과 나치 권력의 눈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을까요?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화가의 복수심이었을까요, 아니면 돈을 향한 끝없는 탐욕이었을까요? 지금부터 그가 벌인 대담하고도 정교한 사기극의 막을 열어보겠습니다.

😡 비평가들의 냉대, "나는 복수를 꿈꿨다"

헨리퀴스 헤라르뒤스 판 메이헤런(Henricus Gerardus van Meegeren, 1889-1947), 통칭 '한 판 메이헤런'은 20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던 화가였습니다. 그는 17세기 황금시대의 화풍을 동경하며 고전적인 스타일의 그림을 그렸지만, 당시 미술계는 피카소와 몬드리안 같은 모더니즘의 열풍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을 '재능은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모방꾼'이라며 혹평했죠. 이런 냉대에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 메이헤런은 자신을 무시한 전문가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기상천외한 계획을 세웁니다. 바로 '완벽한 위작'을 만들어 그들의 눈을 속이는 것이었습니다.

💡 알아두세요!
메이헤런이 타겟으로 삼은 화가는 바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였습니다. 페르메이르는 현재 30여 점의 작품만이 진품으로 인정될 만큼 과작 화가였고, 그의 초기 종교화 시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이헤런에게는 '새로운 페르메이르'를 창조해낼 완벽한 빈틈이었습니다.

🔬 베이클라이트와 오븐: 300년의 세월을 창조하다

메이헤런의 계획은 단순한 모사를 넘어섰습니다. 그는 수년에 걸쳐 페르메이르의 화풍은 물론, 17세기의 물감과 캔버스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그는 당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17세기 캔버스를 구해 그 위에 그림을 그렸고, 청금석(라피스 라줄리)과 같은 고가의 안료를 직접 빻아 물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수백 년의 세월이 만들어내는 '크랙(균열)'을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위작 과정을 직접 시연 보이는 한 판 메이헤런, 1945. (이미지출처: https://luxuo.vn/wp-content/uploads/2021/05/van-Meegeren-paints-Jesus-Among-the-Doctors.jpeg)

 

수많은 실험 끝에 메이헤런은 해답을 찾아냅니다. 바로 당시 최신 발명품이었던 플라스틱의 일종, '베이클라이트'를 물감과 섞는 것이었죠. 베이클라이트를 섞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뒤 오븐에 굽자, 물감이 단단하게 굳으며 수백 년 된 유화처럼 자연스러운 균열이 생겨났습니다. 알코올로도 지워지지 않는 이 완벽한 '가짜 세월' 앞에서 전문가들의 과학적 감정 기법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 잠깐! 최고 전문가의 결정적 실수
1937년, 메이헤런의 역작 <엠마오의 그리스도>가 세상에 공개되자, 당대 최고의 페르메이르 권위자였던 아브라함 브레디우스(Abraham Bredius) 박사는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페르메이르의 작품... 아니, 그의 최고 걸작이다!"라며 극찬했습니다. '교황'이라 불릴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졌던 그의 보증은 모든 의심을 잠재웠고, 그림은 네덜란드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에 막대한 금액으로 팔렸습니다.

🎭 매국노에서 영웅으로: 재판장의 기막힌 반전

승승장구하던 메이헤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엉뚱하게도 나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그의 또 다른 페르메이르 위작 <간음한 여인과 그리스도>가 나치 독일의 2인자이자 악명 높은 미술품 약탈가였던 헤르만 괴링의 손에 들어간 것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의 문화유산을 적에게 팔아넘긴 메이헤런을 '반역죄'로 체포했습니다. 반역죄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였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메이헤런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고백합니다. "내가 괴링에게 판 그림은 페르메이르의 진품이 아니라 내가 그린 위작이오!"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감시 하에 또 다른 '페르메이르'를 그려내자 세상은 경악했습니다. 희대의 사기꾼이었던 그는 하루아침에 '나치를 골탕 먹인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반역죄 대신 가벼운 사기죄로 1년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 이 작품, 어디 가면 볼 수 있나요?

한 판 메이헤런의 가장 유명한 위작 <엠마오의 그리스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속아 넘어갔던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에 영구 소장되어 있습니다. 현재 박물관 본관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으로 휴관 중이지만, 세계 최초로 대중에게 개방된 미술품 수장고인 '디포(Depot)'에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장소: Depot Boijmans Van Beuningen (로테르담, 네덜란드)
  • 특징: 본관 휴관 기간 동안 박물관의 소장품을 보관 및 전시하는 혁신적인 공간입니다. 메이헤런의 작품이 항상 전시되어 있지는 않을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시나 투어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관람 팁: 디포 방문은 시간대별 예약이 필수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티켓을 예매하고,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메이헤런의 작품을 포함한 수장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 로테르담의 디포 보이만스 판뵈닝언. By K. Siereveld - 자작,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453000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한 판 메이헤런은 왜 위작을 그리기 시작했나요?
A: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미술 비평가들에 대한 '복수심'입니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그들의 권위를 조롱하고 싶었던 것이죠. 둘째는 '경제적 이득'입니다. 위작이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Q2: 그의 위작은 어떻게 현대 기술로 구별할 수 있나요?
A: 메이헤런은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법을 사용했지만, 현대 과학 앞에서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그가 사용한 베이클라이트는 20세기의 발명품이라 연대 측정에서 바로 탄로가 납니다. 또한, 코발트 블루처럼 페르메이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안료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Q3: 결국 한 판 메이헤런은 영웅인가요, 사기꾼인가요?
A: 이는 여전히 논쟁적인 질문입니다. 법적으로 그는 명백한 '사기꾼'입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국민들에게는 나치 최고 권력자를 웃음거리로 만든 '영웅'이자 통쾌한 사기꾼으로 기억되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예술의 진정성과 시대적 상황이 개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줍니다.

[서재지기의 시선]

한 판 메이헤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묻습니다.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은 페르메이르의 진품을 본 것이 아니라, '보고 싶었던' 페르메이르의 환영을 본 것은 아닐까요? 그들은 페르메이르 초기 종교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고, 메이헤런은 바로 그 욕망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결국 위작 스캔들은 한 천재 사기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권위와 믿음,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인간의 맹점을 드러내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흥미로우셨다면, 다음에 또 다른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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